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졌다. 별이 꼬리를 달고 달려가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분명 멋진 광경이었다. 소녀는 ‘드문 일인 걸’하고 멍하니 생각하다가 문득,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지만 별똥별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 였다. 소원을 빌지 못한 것은 분했지만 어쨌든 생전 처음 보는 별똥별인 것이다. 소녀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옆 자리의 소년을 돌아보자 그는 곤히 자고 있었다. 소녀는 입이 근질거려 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으나, 언젠가 엄마가 밤에 소란스레 구는 것은 실례라고 가르쳐 주었던 것을 떠올린 소녀는 꾹 참기로 했다. 분명 자신은 예의 바른 숙녀라고 생각 하면서도 소녀는 내일 아침 자신의 작은 자랑거리를 듣고 소년이 얼마나 부러워 할 것 인가에 대한 기대로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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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는 것을 오늘 만큼 기다려 본 것은 소녀로써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눈을 뜨고 나니 나지막한 창문사이로 밝은 봄 햇살이 옷자락을 살랑거렸고, 참새의 지저귐이 짹짹대며 병실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소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어젯밤 본 별똥별의 일이었다. 금세 소녀의 시선은 옆 자리의 소년에게로 향했다. 소녀의 기대대로 소년은 먼저 일어나 멍하니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면 간호사가 올 테지만 아직까지는 단 둘만의, 약간 어색한 공간. 하지만 소년은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 듯 무표정했다.
“얘!”
꽤나 익숙해졌다고 소녀는 생각했지만 아직 그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병실 안엔 소년과 소녀 둘 만이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모르더라도 의사소통 하는 데에 큰 지장은 없었다.
소년은 소녀의 부름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창문에 향해있던 시선을 소녀에게로 천천히 돌렸다.
“몇 살이니?”
소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대한 살갑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소녀의 물음에 소년은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열…세살.”
“그럼 내가 누나네.”
짧은 대화. 소녀는 피식 하고 웃었다. 생각해보니 소년과 재대로 대화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소년은 부끄러운 건지, 당황한 건지, 아니면 뭔가 불만이 있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우물거렸다.
소녀는 갑자기 답답함을 느꼈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선 창문을 벌컥 열었다.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손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문득 자신의 침대위에 접혀있는 수북한 종이학이 눈에 들어왔다. 심심할 때 마다 틈틈이 접어서 병에 넣어둔 것인데, 어느새 이만큼이나 쌓여버렸다.
소녀는 그것을 한줌 집어 들고선 소년에게 쑥 내밀었다.
“줄게, 선물.”
소년은 머뭇머뭇 그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것을 받아들었다.
“…고마워.”
소녀는 활짝 웃더니 빙그르르 돌아섰다.
“있잖아, 별똥별 본 적 있니?”
소녀의 물음에 소년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난 봤다. 어젯밤에.”
소년은 소녀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비죽 내밀었다.
소녀는 살짝 약이 올라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얼굴까지 푹 덮어써버렸다. 창문을 열어놨지만 조금 더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소녀는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간호사였다. 어느새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자, 주사 맞자.”
“안 맞으면 안돼요? 주사도 이제 지겹다고요.”
“엄살 피우긴.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이잖니.”
간호사는 싱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약병을 톡톡 때렸다.
간호사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소녀는 언젠가 부모님이 얼마 안 있으면 퇴원이라고 말씀 하셨던 걸 기억해 냈다.
간호사가 나가고 병실엔 소녀 혼자만이 남았다. 옆자리를 돌아보니 소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퇴원… 하는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려보았다. 언제나 바라왔던 것이었지만 실감이 들지 않았다.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었지만, 어젯밤 별똥별을 봤을 때처럼 들뜨지는 않았다. 동경해오던 창밖세계에 대한 두려움마저 드는 것 같았다.
텅 빈 병실 안은, 쓸쓸했다. 우두커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마치 소년과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병실안의 창문엔 붉은 빛 석양이 걸릴 시간이 되었다. 소녀의 부모님은 바쁜 일 때문에 잘 찾아오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만나는 편이었는데, 소년의 가족은 그 보다도 더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소녀는 내심 그의 부모님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철커덕 하고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간호사 인가 생각했더니 소년이었다. 열세 살 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조그마한 몸집. 사실 소녀도 그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을 많이 본 것은 아니라 누군가 묻는다면 확실히 설명 하진 못했겠지만, 소년만큼은 작고, 연약해 보이는 것은 틀림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소녀보다도 오랫동안 병원에 있었을 테니까.
소년은 소녀의 시선을 잠시 마주바라 보더니 이내 말없이 자신의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나, 내일 퇴원이래.”
소녀가 입을 열었다.
잠시간의 침묵.
소년이 소녀를 돌아봤다.
“…….”
언제나처럼 소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익숙한 눈동자. 익숙한 감정이 묻어났다. 하지만 조금, 쓸쓸해보였다.
“잘됐네.”
짧은 대답. 소년은 여전히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소녀는 약간 심술이 났다.
“종이학 돌려줘. 퇴원하면 가지고 갈 거니까.”
소년의 얼굴이 묘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소년의 손에는 소녀가 주었던 종이학 한줌이 들려있었다.
그것을 받아든 소녀는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정적이 흘렀다.
순간 뭔가가 휙, 하고 날아와 소년의 이마를 톡하고 때렸다. 소년이 그것을 살펴보니 종이학이었다. 소녀가 던진 것이었다.
소년은 어쩔 줄 몰라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소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소년에게로 다가왔다.
“바보야, 너 다 가져.”
소녀는 새침한 얼굴로 종이학이 담긴 병을 내밀었다.
10시가 넘어가고 병실에 불이 꺼졌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어디선가 귀뚜라미가 우는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있잖아, 별똥별 보고 싶지 않니?”
소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
다시금 병실 안은 조용해졌다.
“엄청 멋있다. 별똥별은.”
소녀가 벌써 소년이 잠들어버렸나 라고 생각할 들 때 즈음, 소년의 대답이 들렸다.
“…보고 싶어.”
그 대답에 소녀는 활짝 웃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얘, 얘! 이리와 봐! 창문에서 가까이 봐야 잘 볼 수 있어.”
소년은 소녀의 주문대로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켜 소녀 옆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창문은 두 사람이 차지할 만큼 커다란 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년은 소녀의 뒤에서 엉거주춤 서 있었다.
소녀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소녀의 어깨를 잡아끌어 창문 쪽으로 끌어 당겼다.
소년의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올랐다.
소녀는 자신보다 몸집이 컸다. 곁에 있으니 그 차이가 더 커 보이는 것 같아 자신이 조금 한심해졌다. 소년은 소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소녀에게선 좋은 냄새가 났다. 그것 하나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부끄러운 기분 같은 건 이미 사라진 것 같았다.
“쭉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나타날 거야. 별똥별.”
소년은 소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좋아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별똥별은 나타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 참, 그리고 별똥별이 떨어질 땐 꼭 소원을 비는 걸 잊으면 안 돼. 별똥별에게 소원을 빌면 분명히 이루어지거든.”
소녀의 얼굴에선 확실한 믿음이 묻어났다. 그 모습에 소년은 아까의 생각을 고쳐먹고 별똥별이 꼭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소년과 소녀는 창문가에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끝내 별똥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과 소녀 모두 그것은 별 상관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소녀는 뭔가 소란스런 분위기에 눈을 떴다. 병실 안은 평소의 아침과는 사뭇 다르게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한바탕 소란이 끝난 후, 소녀는 텅 빈 병실 안에 혼자 남았다. 그 소란의 와중에 소년이 바깥으로 데려져 나가는 것을 봤는데, 아무래도 늦게까지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 소년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밤늦게까지 병실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떤 날은 며칠씩 돌아오지 못한 적도 있었다.
소녀는 소년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못 한다는게 아쉬웠다.
점심시간이 되자, 소녀의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찾아왔다. 다들 소녀의 퇴원과 쾌유를 축하하며 기쁘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정작 소녀의 표정은 시무룩했다. 병실 안은 소녀의 지인들로 가득 차 있었으나, 여전히 쓸쓸했다. 활기찬 분위기는 소란스럽기만 했다. 굳게 닫힌 창문이 답답했다.
소녀의 옆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그날 저녁 어김없이 병실의 창문엔 고요한 석양이 내걸렸다. 소녀는 소년의 침대위에서 소년이 늘 그러하듯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리엔 자신이 건네준 종이학이 담긴 병이 곱게 놓아져있었다. 그 외엔 변변한 장식도 없는 삭막한 병실.
문득 소년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녀의 짐을 싸던 부모님에게 오늘 하루만 병원에 더 있겠다고 고집을 부려 소녀는 병실 안에 남았지만 여전히 병실은 쓸쓸했다.
소녀는 종이학을 접기로 했다. 종이학을 담아놓은 병은 아직 약간의 빈 공간이 남아있어서, 왠지 그것을 채워놓지 않으면 아쉬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소녀는 종이학 접기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병실의 불이 꺼졌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있었다.
소년은 끝내 밤늦게 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는 뭔가에 홀린 듯 멍하니 일어서 창가로 다가섰다.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졌다. 어젯밤 늦게까지 기다리던 그 별똥별은 지금에서야 기다랗게 꼬리를 남기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별똥별은 한 개가 아니었다. 하나 둘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별똥별은 어느새 수십, 수백 개, 이내 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가 되어 소나기라도 내리는 것 같았다.
“…하늘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소녀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소녀는 소원을 비는 것을 잊어먹고 말았다. 아니, 소녀는 소원을 빌 수 없었다.
어두컴컴한 병실 안은 조금은 차갑고, 조금은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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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면 손발퇴갤. 30분 생각하고, 최종 퇴고까지 3시간걸림. 원고료 8만원에 눈이 멀어서 썼지만, 교지 실리고도 내가까먹어서 고료 수령하는건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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